
여름날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나서 아이들을 재운 뒤 내 방으로 향했다. 햇볕에 기운이 쪽 빠져 녹초가 되었는데도 밤의 열기 때문에 좀처럼 잠들 수가 없었다. 얇은 시트를 덮고 거의 한 시간 동안 뒤척이다가 침대 위쪽에 난 창문을 조금 열기로 했다.
산들바람이 불어 들어오자 숨 막히던 침실의 더위가 조금 누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잠이 들었다.
가슴에 이상한 감촉이 느껴져 잠에서 깼다. 눈이 차츰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가, 하마터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를 뻔했다. 뱀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까지 기어올라 와서는 누워 있는 내 몸 위에 길고 가느다란 몸을 가로놓고 있었다.
아마 열어 둔 창문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달빛에 비친 비늘에는 뱀의 정체를 알려 주는 특유의 무늬가 보였다. 독사라는 사실을 깨닫자 속이 메스꺼울 만큼 두려웠다.
한 번만 물려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독을 가진 뱀이었다. 시골에 있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는 사십오 분이나 걸렸다.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한참 전에 죽을 가능성이 아찔할 만큼 높았다.
심장이 사납게 뛰었다. 긴장으로 맺힌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고 면 티셔츠는 땀에 젖었다. 당장 침대에서 뛰쳐나와 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억지로 꼼짝 않고 버텼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뱀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달려들 터였다. 치명적인 입을 벌리고 살 속에 독니를 박아 넣어 혈관으로 독을 쏟아부을 것이었다. 그 끔찍한 생물이 내 배 위를 조금씩 기어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뱀의 노란 눈은 내가 느끼는 공포와 혐오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태로운 몇 분이 수백 년 동안 고문을 받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뱀이 맨살 위로 섬뜩한 비늘을 끌며 지나가는 동안 숨을 죽였다. 어린 두 아이를 떠올리며, 함께 보낸 햇살 가득한 오늘 하루가 내 생애 마지막 날이 아니기를 소리 없이 빌었다.
마침내 뱀이 마름모꼴 머리를 돌리더니 창문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싫증이 나서 나가려는 듯했다. 뱀이 천천히 가슴 위로 올라와 베개에 이르렀을 때 땀에 젖은 내 얼굴을 스쳤지만, 나는 두려움에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침착하게 이 녀석이 가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기만 하면 이 시련도 끝날 터였다. 그러면 창문을 힘껏 닫고 매트리스 위로 쓰러져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것이었다.
뱀이 벽을 기어오르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제 거의 다 벗어났다.
그때 갑자기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 뱀이 쉭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깨닫기도 전에 이미 뱀에게 물린 뒤였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문간에 서 있는 아들이었다. 아이는 겁에 질려 작은 몸을 떨고 있었다.
“아빠.”
아이가 울먹였다.
“나 무서운 꿈 꿨어.”
원작: CertainShadows · Creepypasta Wiki · Open Window
현대 커뮤니티에서 창작한 괴담을 한국어로 번역한 글입니다. 실제 사건으로 검증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문 읽기
한국어 번역·편집: K-Reaction. 원문과 이 한국어 번역·편집본 및 삽화는 CC BY-SA 4.0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번역, 문단 나누기, 삽화 추가를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