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알람시계를 보니 선명한 빨간 숫자가 11시 4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15분 가까이 저러고 있었다.
술 취한 어떤 자식이 집을 잘못 찾아와 들어가려는 거겠거니 싶어 아래층으로 내려가 확인하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소리가 계속될수록 점점 더 불안해졌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잠옷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을 쑤셔 넣고 어둠 속을 비틀거리며 걸었다. 발을 끌며 카펫 위를 지나갔다.
왼손으로 문손잡이를 더듬어 찾으면서 오른손은 구석에 세워 둔 야구 방망이로 뻗었다. 문이 아주 작게 삐걱거리며 열렸고, 나는 현관으로 나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커진 듯했다.
몸을 앞으로 기울여 현관문 구멍으로 밖을 보려는 순간, 다시 쿵쿵쿵 세 번의 소리가 울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다시 들여다보니 평범한 연갈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주먹으로 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현관 앞에는 아마 그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서류 가방이 놓여 있었다. 얼굴에 악의가 드러나 있는 것도,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해 보였다. 그래도 이 늦은 시간에 남의 집 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 저기요.” 나는 문 안쪽에서 소리쳤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즉시 문 구멍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제가 깨웠나요?”
“네, 덕분에 깼네요. 당장 안 가시면 경찰 부르겠습니다!”
또 말을 끊기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먹고살려고 돌아다니는 외판원입니다. 사실 선생님 시간을 10분 넘게 빼앗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때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물러가겠습니다.”
내 손은 이미 주머니 속 휴대폰 위에 얹혀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한밤중에 찾아온 외판원이라고?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 시간에 이러는 건가?
“지금 장난하세요?”
“절대 장난이 아닙니다, 선생님!”
남자가 손바닥을 펴 가슴에 얹었다.
“이러는 게 정말 뜬금없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제 9분, 딱 9분만 제 얘기를 들어 주십사 하는 겁니다. 문을 열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상품 설명만 들어 달라는 거예요.
뭐, 제가 알 게 뭡니까. 선생님이 저를 쏘려고 산탄총을 장전해 놓고 계실지도 모르잖아요!”
방망이를 쥔 손에 아주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그러셔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선생님! 생각해 보세요. 어떤 무모한 사람이 이 시간에 돌아다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제 말이 그거예요. 그런데 왜 한밤중에 여기 와서 사람을 깨우시는 건데요?”
남자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요즘은 다들 낮에 일하러 나가잖습니까.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일하기가 훨씬 힘들어졌습니다. 집에 계실 때도 막 나가려던 참이거나 가족과 편히 쉬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대신 밤늦게까지 깨어 계신 분들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 좋은 장사 방식 같지는 않네요.”
“이번에도 정말 옳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거라서요. 어떻게든 아내를 먹여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곧 첫아이도 태어나거든요.”
“뭐, 축하드리지만 죄송하게도 관심 없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안 그러면 경찰 부르겠습니다.”
“저기, 제발요.”
남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허리띠 버클 앞에 두 손을 모아 쥐었다.
“밤새 아무도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딱 5분만 내주시면…….”
“죄송하지만, 정말 관심 없…….”
“3분이요! 딱 3분이면 됩니다. 짧게 상품 설명만 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실 필요도 없…….”
“선생님, 제발…….”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제가 파는 물건만 보여 드릴 테니 살지 안 살지만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가겠습니다. 어떠세요?”
현관 조명 아래로 남자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이봐요, 이젠 정말 이상하네요. 경찰 부르겠…….”
남자는 계속 내 말을 무시한 채 가방을 들어 올리고 번호 자물쇠를 돌리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에드워드 퍼거슨입니다. 제라드 금속가공을 대표하는 방문 판매 전문가죠. 저희는 오직, 끙, 최고 품질의, 흠…….”
서류 가방이 잘 열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최고급 금속으로 만든 최상급 생활용품과 도구만을…… 취급합니다!”
딸깍!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네, 알겠으니까 뭘 파시는데요?”
이쯤 되니 그저 피곤했고, 남자가 현관 앞에서 사라져 주기만을 바랐다. 물건을 보여 주고 나서 갈 거라면, 이제 와 경찰을 상대하는 것보다 그편이 빨랐다. 여전히 문 구멍으로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열린 서류 가방 안은 현관 조명에 그림자가 져서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안 보여요. 불빛 쪽으로 좀 옮겨 주실래요?”
남자가 돌아보고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아! 제 실수네요. 죄송합니다. 자, 여기요.”
문에서 뒤로 물러나 가방을 불빛 쪽으로 돌렸다.
“이제 보이시나요?”
이번에는 각도 탓에 안에 든 물건들이 온통 빛을 반사했지만, 금속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게 뭔데요?”
“열쇠입니다.”
남자가 자랑스럽게 손에 든 가방을 고쳐 잡는 동안, 나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들여다보았다.
“뭐라고요?”
“열쇠를 팝니다.”
정말이었다. 가방 전체가 열쇠로 가득 차 있었다. 자동차 열쇠, 집 열쇠, 우편함 열쇠, 1800년대에나 쓰였을 법한 구식 열쇠까지 있었다.
“왜, 왜…….”
남자는 가방을 내려다보고는 다시 문 쪽을 보았다.
“뭐, 누구나 열쇠는 필요하지 않습니까?”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하지만 거기에 맞는 자물쇠는 없잖아요. 왜 그냥 아무 열쇠나 파시는 건데요?”
그 질문에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고, 어리둥절하던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따금 이쪽저쪽을 살피며 내게 가방을 보여 주려고만 했다.
이제는 이상하다는 말로도 한참 모자랐다. 거절한다고 해서 남자가 순순히 돌아가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911을 누르기 시작했다.
통화 버튼 위에 엄지손가락을 올려놓고, 이제 정말 경찰을 부르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금속이 요란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문을 붙잡고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에드워드가 구멍 바로 앞에 바짝 붙어 있었다. 문손잡이가 덜컥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잠깐 뜻대로 되지 않아 애를 쓰던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반짝이는 무언가를 우리 집 잔디밭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다시 가방에 손을 넣어 다른 열쇠를 꺼냈다. 나는 즉시 통화 버튼을 누르고 빨리 도와 달라고 상담원에게 소리쳤다. 상담원은 현관문에서 떨어진 방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숨으라고, 몸을 지킬 만한 물건도 찾으라고 했다.
집 안쪽으로 달려가려는 순간, 문 반대편에서 그 ‘외판원’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댁의 열쇠가 여기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덜컥거리는 소리는 몇 분 뒤 멎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담원이 경찰이 막 도착하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경찰과 이야기하려고 현관 밖으로 나갔을 때, 문손잡이에 열쇠 하나가 꽂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충동적으로 소매 끝으로 손가락을 감싸고 열쇠를 잡아당겼다.
열쇠는 조금도 걸리지 않고 매끄럽게 빠져나왔다.
원작: RedNovaTyrant · Creepypasta Wiki · Midnight Salesman
현대 커뮤니티에서 창작한 괴담을 한국어로 번역한 글입니다. 실제 사건으로 검증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문 읽기
한국어 번역·편집: K-Reaction. 원문과 이 한국어 번역·편집본 및 삽화는 CC BY-SA 4.0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번역, 문단 나누기, 삽화 추가를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