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ACTION · WORLD REACTIONS

세계의 기묘한 이야기

세계 곳곳의 무섭고 기묘한 이야기. 잠들기 전, 한 편 더.

[캐나다] 폐쇼핑몰의 불 꺼진 복도 끝에서

폐쇼핑몰의 더러운 천창 아래에서 손전등을 든 두 소년이 어두운 복도를 바라보는 모습.
이야기 속 장면을 재현한 삽화

“나갈 준비 다 됐어?”

“응. 자전거도 준비됐고, 위층에 챙겨 둔 물품도 좀 있고, 시계도 충전해 놨어.”

“아주 훌륭하군, 친구. 너희 집 앞에서 보자.”

“이따 봐.”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배낭에 도로 넣었다. 헬멧과 가방을 집어 들고 방을 뛰쳐나오면서 방문도 잊지 않고 닫았다. 그레그와 나는 이른바 ‘모험’을 떠날 참이었다.

지난여름의 일이었다. 그레그는 열여덟 살, 나는 열일곱 살이었다. 대학에 가기 전 마지막 여름이라 앞으로 일정이 더 바빠지기 전에 이것저것 최대한 많이 해 보려고 했다.

우리는 9학년 때부터 친구였는데, 참 별난 조합이었다. 그레그 록웰은 덩치가 크고 덤벙댔지만 마음씨는 더없이 착했다. 나, 게이브리언 바스케스는 몸도 약하고 겁도 많으면서 유난스레 튀는 녀석이었다.

둘 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장난치는 걸 똑같이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 친해졌다. 게다가 나보다 훨씬 힘센 녀석과 붙어 다니니 ‘계집애 같다’며 놀리던 애들을 잠재우는 데도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다.

그날 우리의 목적지는 프림로즈 몰이었다.

프림로즈 몰은 서스캐처원에서 손꼽히는 사업 실패 사례로 여겨졌다.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그랬다. 1989년에 문을 열어 아마 일 년쯤 영업하다가 완전히 폐쇄됐다.

출입구를 판자로 막아 버린 거대한 상자 모양 건물은 리자이나 시 경계 끝자락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그 땅을 사서 재개발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폐쇄 후 처음 몇 년 동안은 경찰이 꽤 삼엄하게 순찰했지만, 최근에는 감시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그레그와 나는 들었다.

그때 시각은 오후 다섯 시쯤이었다. 위층으로 슬쩍 올라가 그래놀라 바 몇 개를 챙겼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무언가를 요리하던 아버지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레그랑 자전거 타고 올게요.” 현관문을 열기 전에 큰 소리로 말했다.

“저녁은 여섯 시 반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카놀라유에 든 무언가가 요란하게 지글거렸다.

밖으로 나가니 그레그가 벌써 자전거에 올라탄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어깨에는 가방 끈을 걸치고 있었다. 손을 흔들어 보이고 차고에서 자전거를 꺼내려고 서둘렀다.

그때 프랭키 아저씨가 길을 따라 걸어왔다.

프랭크 홀리스터, 우리가 프랭키 아저씨라고 부르던 분은 길 건너편에서 남편, 개와 함께 살았다. 쉰 살 후반의 조용하고 자그마한 분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거의 식구나 다름없었다. 늘 질 좋은 중고 정장을 입었고, 곱슬곱슬한 붉은 머리에는 흰머리가 섞여 있었다.

왼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 그레그는 아저씨가 황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버릇 때문에 몹시 못마땅해했지만, 나는 꽤 믿고 따랐다.

“너희 캠핑 가니?” 아저씨가 우리 배낭을 가리키며 짙은 리버풀 억양으로 물었다.

그레그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길가로 나가며 대답했다.

“네. 그레그랑 프림로즈 몰에 가 보려고요.”

프랭키 아저씨의 얼굴이 갑자기 걱정으로 굳어졌다.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땅으로 시선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안 돼, 안 돼.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했니. 그 쇼핑몰에 관해 들은 얘기가 한둘이 아닌데…”

“재밌는 얘기라도 있어요?” 그레그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가 말하는 ‘재밌는’ 게 뭔지는 모르겠다만, 글쎄…”

프랭키 아저씨가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더구나.”

그레그는 어깨만 으쓱했다.

“네, 사실 그것 때문에 가 보고 싶었던 건데요.”

“하지만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곳이야…”

프랭키 아저씨가 자세를 고쳐 지팡이에 몸을 기댔다.

“아주 오래전에, 거기가 영업하던 시절에 한 번 가 봤지. 거기 있는 내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 직원들이 참 친절했는데, 그게 아주 지독하게 억지로 꾸며 낸 친절이었단다.

왜, 입은 웃는데 눈은 웃지 않는 사람들이 있잖니. 젤러스에서 침구만 좀 사서 나왔고, 다시는 안 갔어.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쇼핑몰 전체가 문을 닫는다는 거야.

정말이지, 속이 다 시원하더구나.”

그레그를 곁눈질하니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잠시 뒤 내가 말했다.

“오래 있을 건 아니에요. 그냥 둘러보고 사진 몇 장 찍은 다음에 나올 거예요.”

“나름 대비도 했어요.”

그레그가 가방을 뒤져 작은 흰색 병을 꺼내 내밀었다.

“엄마가 신부님이랑 친해서 이걸 구해 주셨어요.”

“그래, 그거면 안전하겠구나. 쇼핑몰이 속까지 썩어서 너희가 딛고 선 바닥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프랭키 아저씨는 여전히 못마땅해했다.

“귀신이 나오든 안 나오든 위험한 곳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마웠다.

“아저씨, 저희 괜찮을 거예요!”

“두 시간 안에 너희 둘이 이 길로 돌아오는 게 안 보이면, 너희 아버지한테 어디 갔는지 말씀드릴 거다.”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자전거에 올라타며 안심시켰다. 우리가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프랭키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뒤에 있는 아저씨에게 짧게 손을 흔들고 다시 그레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레그가 자전거 앞쪽에 달아 놓은 MP3 스피커를 켰고, 우리는 「Addicted to Love」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페달을 밟았다. 프림로즈 몰은 시내를 벗어나는 길목에 있어 한참을 가야 했다.

그레그와 나는 로보테크를 조종하는 시늉을 하며 공격 구호와 작전 명령을 외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도시 외곽으로 갈수록 동네 분위기는 점점 험해졌다. 노부부와 가족들이 모여 사는 주택가는 어느새 급하게 지어 올린 벽돌 아파트와 작은 판잣집들로 바뀌었다. 베트남 음식점과 성인용품점, 대출 사무소가 들어서 있고 점포 두 곳은 비어 있는 낡고 빛바랜 상가를 지나쳤다.

조금 불안했지만, 원래 치안이 좋지 않은 동네였다.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었고, 배낭 아래로 땀 한 줄기가 등을 타고 흐르는 게 뚜렷이 느껴졌다.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 몸이 나른하고 꾀죄죄한 기분이었다.

거대한 상자 같은 프림로즈 몰이 빠르게 시야에 들어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건물 바로 앞에 도착했다. 우리가 서 있는 주차장에는 최근까지도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뚜렷했다. 사탕 포장지와 맥주병은 물론이고, 쓰고 버린 콘돔처럼 보이는 것까지 있었다.

그레그와 나는 녹슨 낡은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 잠갔고, 그레그는 MP3 스피커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이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두꺼운 철문 하나가 허물어져 가는 출입구에 기대어 있었다. 예전에 비상구로 쓰던 문이 분명했고, 경첩은 몇 년 전에 이미 망가진 듯했다. 그레그와 내가 옆으로 밀어 보려 하자 문이 발치의 마르고 듬성듬성한 풀밭으로 넘어졌다.

흙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레그가 부질없이 손을 휘저어 먼지를 쫓는 사이, 나는 쇼핑몰 안으로 한 발 들어섰다.

우리는 쇼핑몰 한쪽 모퉁이에 서 있었다. 앞에는 건물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 두 갈래가 나 있었다. 이쪽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었지만, 다른 십 대 아이들이 와서 놀다 간 탓에 지저분했다.

아마 그 아이들도 깊숙이 들어가 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머리 위에는 커다란 육각형 천창이 있었고, 바깥쪽에는 때와 곰팡이가 두껍게 끼어 있었다. 주변에는 썩는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레그는 예전에 꽃집이나 의류 매장이었을 법한 곳을 재빨리 사진으로 찍었다.

발치에 널린 화장지를 발로 툭툭 찼다. 화장지를 던져 어지르는 장난을 치다 실패하고 버린 게 분명했다.

“아직까진 실망인데.”

그레그가 몸을 돌려 먼지 쌓인 유리 물건을 집어 들었다. 누군가 버리고 간 물담배 파이프였다.

“야, 게이브리언. 이것 좀 봐.”

“오, 마술이라도 보여 주려고?”

“물론이지!”

그레그는 파이프의 목 부분을 잡고 왼쪽 벽을 향해 내던졌다. 파이프가 산산이 깨지며 유리 조각과 재,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우리는 잠깐 웃어 댔지만, 벽 일부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걸 깨닫자 웃음은 차츰 잦아들었고, 말도 못 한 채 공포에 질렸다.

낙서와 때로 뒤덮인 문짝만 한 벽 조각이 기울어지더니 바닥으로 넘어져 산산이 부서졌다. 그레그가 주춤주춤 물러섰다. 석고보드 가루가 구름처럼 우리 쪽으로 피어올랐다.

나는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고 숨을 쉬며 그레그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소리쳤다. 주변을 가득 채운 냄새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썩은 냄새 정도가 아니라, 방금 무덤을 파헤친 것만 같았다.

곰팡이와 부패한 악취가 우리를 에워쌌고, 머리카락과 옷 위로 먼지가 내려앉았다. 25년 동안 썩어 온 것들이 온몸을 뒤덮는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먼지가 걷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썩어 가는 단열재 더미와, 그 밖의 무언가였다. 검고 육포처럼 생긴 것이 단열재에 스며들어 있었고, 분홍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더미에서는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공포에 질려 그레그를 돌아보니 그레그도 나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여기서 나가야겠어.”

그레그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말하며 서둘러 앞으로 걸어갔다. 나도 말없이 따라갔다. 갈 수 있는 복도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다른 천창 덕분에 환한 쇼핑몰의 또 다른 모퉁이로 이어졌고, 다른 하나는 완전한 어둠에 잠긴 건물 깊숙한 곳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당연히 밝은 길을 택했다. 그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서로의 몸에 묻은 석고보드 가루를 털어 주었다.

두 번째 천창 아래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상점의 잔해와, 나중에 그레그와 내가 ‘아무 데도 이어지지 않는 계단’이라고 부르게 된 구조물이었다. 상점 천장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 주변에 빗물이 고여 있었고, 예전 간판의 글자들이 바닥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대부분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곰팡이가 핀 게 눈에 보였다. 나는 그 상점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레그는 그래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러고는 둘 다 계단으로 눈을 돌렸다.

계단은 위쪽 계단참까지 이어졌고, 거기서 다시 계단이 한 줄 더 올라가다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끝났다.

잠시 뒤 내가 물었다.

“원래 뭐였을까?”

“어디로 이어지는 것 같지가 않은데…”

그레그가 목을 길게 빼고 계단 주위를 살폈다. 계단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짐작할 만한 흔적은 없었다. 다만 부서지고 더러워진 선반과 환기 덕트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덕트 중에는 저절로 천장에서 떨어진 듯한 것도 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난간을 꽉 움켜쥐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그레그가 나를 잡아당겼다.

“게이브, 안 돼. 올라가지 마. 유리 좀 던졌다고 벽이 무너지는 판인데, 이게 네 무게를 버텨 줄지 어떻게 알아.”

그레그가 저렇게 걱정하는 모습은 좀처럼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나 뚱뚱하다고 하는 거야?”

“게이브, 좀…”

그레그가 계단 옆의 문을 가리켰다.

“이 안을 찍어 보고 싶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우리는 문으로 다가갔다. 문에 달렸던 유리창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남아 있었고, 안쪽은 온통 새까맸다. 발치에는 오래전 그 유리창에 붙어 있었을 법한 표지판이 떨어져 있었다.

‘관리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주워서 보여 주자 그레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내 손에서 표지판을 받아 깨진 창 너머로 떨어뜨렸다.

몇 초 동안은 어디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 발아래 저 멀리서, 축축한 무언가가 짓눌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우리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뒷걸음질로 문에서 물러난 우리는 쇼핑몰의 다른 구역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갈 수 있는 길은 곧장 앞으로 뻗은 복도뿐이었다. 한때 양쪽으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을 복도였다. 바닥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쓰레기는 없었고, 한동안 이쪽에 들어온 사람은 우리가 처음인 게 분명했다.

점점 어두워졌지만, 만일을 대비해 각자 손전등을 가져온 터였다. 우리는 손전등을 꺼내 들고 앞을 비췄다.

하지만 그쪽에는 흥미로운 게 아무것도 없었다. 방범 철창으로 막힌 상점 입구에 손전등을 비춰 봐도, 비집고 들어가 볼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선반 몇 개와 이따금 바닥에 버려진 나무 조각이 있을 뿐이었다.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때 주변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셔츠 위에 플란넬 셔츠를 걸치고 있어서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티셔츠만 입은 그레그는 불편한 기색으로 팔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입술을 깨물더니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햇빛이 안 들어서 그런가?”

“응?”

“추운 거 말이야. 여기가 워낙 그늘져서 그런가 싶어서.”

나도 슬슬 추위가 느껴졌다.

“그럴지도.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축축하기도 했다. 이런 추위를 느껴 본 건 어느 봄날 학교에서 딱 한 번뿐이었다. 밖에는 비가 쏟아지는데 안에서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았던 날이었다.

차갑고 축축하고 끈적거려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싶어지는 느낌이었다. 몸을 말끔히 씻어 내고 싶었다. 복도 끝에 가까워질수록 그레그는 점점 더 짜증을 냈다.

“이게 뭔 지랄이야, 게이브.” 그레그가 몸을 떨며 말했다.

“그리고… 너도 이 냄새 나?”

“무슨 냄새?”

“이 냄새가 안 난다고 하진 마. 끔찍하잖아. 어떻게… 어떻게 이 냄새를 못 맡아?!”

“무슨 냄새냐고!”

나는 무엇 때문에 저러는지 알아보려고 주위를 살폈다.

“젠장, 그레그! 겁주지 마!”

“오히려 네가 날 겁주고 있거든! 어떻게 이 냄새를 못 맡냐고! 유통기한 지난 마마이트 냄새가 나잖아!”

그레그가 굵은 팔을 휙 뻗어 우리가 온 쪽을 가리켰다.

“저쪽 무너진 벽에서 나던 냄새보다 더 심해!”

“소리 좀 지르지 마, 그레그! 무섭단 말이야!”

그레그는 무슨 냄새를 맡고 있는지 숨을 들이마리기조차 조금 꺼리는 눈치였다. 그래도 숨을 들이마셨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미안해. 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우리는 복도 끝에 와 있었다. 오른쪽은 막다른 길이었다. 보안문이 있었을 법한 자리는 이제 합판으로 막혀 있었다. 왼쪽에는 외벽 일부가 뚫려 있었고, 그 옆으로 복도가 나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쇼핑몰의 다른 복도들보다 좁았다.

평생 그렇게 빛 한 점 없는 곳은 본 적이 없었다. 비상등도 없었고, 쇼핑몰의 다른 곳처럼 천장에 구멍이 나 있지도 않았다. 앞쪽에는 그저 아무것도 없었다.

외벽에 뚫린 구멍으로 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지만, 복도 안쪽으로 보이는 것은 사무실 문 하나와 예전에 상점이었던 자리뿐이었다. 그 너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앞에 검게 칠한 평평한 벽이 서 있다 해도 구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안 돼.”

그레그를 돌아보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채 두 팔을 앞으로 내밀고 복도에서 몇 걸음 물러서고 있었다.

“안 돼.”

그레그가 되풀이했다.

“난 절대로 저 안에 안 들어가.”

“그럼 사진이라도 찍어!”

내가 우겼다. 저 복도에는 이상하게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레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한 번 보더니 짜증스럽게 이를 악물고 숨을 내뱉었다.

“배터리가 나갔어! 집에서 나올 땐 분명 완전히 충전돼 있었는데…”

호기심이 생긴 나는 몸을 돌려 복도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레그가 큰 소리로 욕을 하더니 내 앞으로 달려와 막아섰다.

“게이브, 뭐 하는 거야?!”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어.” 내가 말했다.

말을 하면서도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분명 내 목소리로 하는 말인데, 녹음기에 담긴 내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귀에 낯설었다.

“저… 저기…”

그레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복도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복도에서 쓰레기 더미 같은 냄새가 나는데도 들어가고 싶다고?!”

내게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뭐, 뭔가가 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정말이야, 그레그. 난 괜찮을 거야.”

“프랭키 아저씨한테도 그렇게 말했잖아. 그런데 벽이 어떻게 됐는지 봐. 계단도 그렇고. 이 추위도.”

그레그가 우리 옆의 뚫린 외벽을 가리켰다.

“우린 지금 여기로 나갈 거야.”

“난 저 빌어먹을 복도에 들어갈 거야!” 내가 소리쳤다.

그레그는 그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알고 지낸 지 4년이었지만 저렇게 무서워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곤경에 처했을 때조차 그랬다.

그레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가방을 뒤지더니 이내 무언가를 꺼냈다.

그레그가 내 손에 성수병을 쥐여 주었다.

“이거 가져가. 난 밖에 있을게. 10분 안에 안 나오면 경찰 부를 거야.”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심장 바로 위에 있는 플란넬 셔츠 주머니에 성수병을 넣었다.

“알았어. 난 괜찮을 거야.”

그레그가 굵은 손가락 하나로 나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 꼭 지켜. 알았지?”

“알았어.”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그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뚫린 벽을 지나 바깥 공터로 서둘러 나갔다.

나는 그레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복도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었다. 수영장에 발을 들여놓듯 완전한 어둠 속으로 잠겨 드는 기분이었다. 배낭 끈을 두 손으로 붙잡은 채 계속 걸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석고보드 가루를 밟는 서걱거리는 발소리뿐이었다.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복도가 지하실 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기라도 하는 걸까? 끝까지 가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쯤이면 쇼핑몰 반대편 모퉁이에 도착해서, 모퉁이를 돌면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통로 끝에 빛이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어림잡아 3분 동안 계속 걸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됐다.

피부가 따끔거리자 가뜩이나 불편했던 기분이 더 심해졌다. 공기 중에는 희미한 전기가 감돌았고, 그보다 더 희미하게 썩는 냄새가 났다. 부패한 냄새였다.

마치 1989년에 누군가가 내가 걷고 있는 길 곳곳에 날고기 조각을 흩뿌려 놓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제야 아까 그레그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 것 같았다. 대체 뭐에 홀려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후회스러웠다.

내가 태연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복도를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건 예전에 아버지가 나와 여자 형제에게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영화 촬영장에서 소품 책임자로 일했다. 한 번은 낡은 학교에서 밤늦게 촬영하다가, 촬영팀이 두고 온 공구를 가지러 맨 위층에 올라가야 했다고 했다.

혼자 위층으로 향하는데, 건물 안에 끔찍하게 불길한 무언가가 함께 있으며 자신을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공구를 챙긴 뒤에도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고 몸을 돌려 계단으로 두 층을 내려와 촬영팀 트럭까지 걸어갔다고 했다. 이유는 아버지의 말 그대로였다.

“거기 있던 게 뭐든, 내가 뒤돌아서 도망치는 걸 보고 싶었던 거야. 난 그 뜻대로 해 주지 않았고 무사히 나왔지.”

그것은 아버지의 두려움을 먹고 싶어 했다. 이 복도에서 나를 따라오는 무언가도 내 두려움을 먹고 싶어 했다. 나 역시 그 뜻대로 해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누군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은 걸까? 빛이 나오는 곳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가늠하려고 그레그가 빠져나간 벽의 구멍에서 들어오는 빛을 찾았다.

빛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완전한 어둠 속에 홀로 잠겨 있었다.

그래도 그것의 뜻대로 해 줄 수는 없었다.

다시 가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하마터면 숨을 들이켤 뻔했다. 저 앞에 있는 문의 틈새로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 비상구를 찾은 모양이었다!

나는 고르게 숨을 쉬며 문 앞까지 걸어갔다. 조심스레 손으로 더듬어 손잡이를 찾은 뒤 문을 열었다.

눈앞의 광경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나는 새것처럼 말끔한 채 영업 중인 프림로즈 몰 안에 서 있었다. 과거로 돌아온 걸까? 쇼핑몰은 깨끗하고 밝고 알록달록했으며,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입이 귀에 걸렸다. 정말 멋진 곳이었다! 얼른 등 뒤의 문을 닫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나온 곳은 아무 데도 이어지지 않는 계단 옆의 그 이상한 문이었다.

이상하게도 계단은 여전히 낡아 빠진 채 아무 데도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옆의 엉망이던 가게는 이제 신발 가게가 되어 있었다. 풍성하게 파마한 여자가 내 곁을 지나갔고, 나는 빤히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둠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어쩌다 1989년에 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말 근사했다!

근처 버거킹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옷 가게의 진열대 앞에 멈춰 서니 옷을 손으로 만질 수도 있었다. 자판기로 가서 25센트 동전을 넣고 탱탱볼 하나를 샀다.

열에 들떠 꾸는 꿈이 아니었다. 이건 현실이었다.

나는 잠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게를 구경하고 주변의 80년대 패션을 눈에 담았다. 그러다 저 앞 젤러스에서 나오는 남자를 발견했다. 얌전해 보이는 작은 체구의 스물다섯 살쯤 된 남자였다.

좋은 양복을 입었고, 곱슬곱슬한 붉은 머리는 옆을 짧게 밀었으며, 왼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내 입가의 웃음이 더 커졌다. 프랭키 아저씨였다!

그것도 젊은 모습이었다! 나는 아저씨를 만나려고 서둘러 다가갔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내가 태어나기 4년 전이었다. 젊은 프랭키 아저씨가 나를 알아볼 리 없었다. 얼른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꾸며 냈다.

시간을 물어본 다음, 이 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척하면서 이 근처에서 추천할 만한 가게가 있는지 물어보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아저씨 옆에 멈춰 섰다. 급히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실례합니다. 지금 몇 시인가요?”

젊은 프랭키 아저씨가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나는 프랭키 아저씨가 말했던, 입은 웃는데 눈은 웃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젊은 프랭키 아저씨의 얼굴에는 화학약품에 데인 자국이 여섯일곱 군데나 뒤덮여 있었다. 그 부위의 살은 부풀어 올라 딱지가 앉고 거품이 일었으며, 보라색과 갈색, 노란색이 뒤섞여 구역질이 났다. 무슨 물질에 닿았든 그것이 왼쪽 눈에도 튄 모양이었다.

평평하고 푸석한 막 아래로 눈이 탁한 회색을 띠었다. 그러면서도 눈썹은 치켜올리고 멀쩡한 눈은 크게 뜬 채,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가득 띠고 있었다.

아저씨는 고개 전체를 움직여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상처 입은 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입은 서서히 더 넓게 벌어져 한층 멍청한 웃음이 되었다.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아저씨가 무슨 말인가 하기 시작했다.

“흐… 흐으… 흐으으…”

“네, 네?”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흐으으으… 흐으으으으으… 흐으으으으으으으…”

아저씨의 턱이 아래로 내려갔다. 입에서 검은 푸딩 같은 걸쭉한 액체가 천천히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했다. 내가 서 있는 곳까지 그 냄새가 났다.

처리하지 않은 하수와 비슷한 냄새였다.

나는 허둥지둥 몇 걸음 물러선 뒤 몸을 돌려 쇼핑몰 안을 내달리며 출구를 찾았다. 저 앞에서 쇼핑몰 경비원이 사무실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저, 저기요! 도와주세요!”

경비원이 돌아보며 말했다.

“얘야, 무슨 일이니이이이이으으으으으으!”

얼굴은 분화구처럼 움푹 무너져 있었다.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데인 살이 안으로 꺼져 있었고, 고름이 턱을 타고 흘러 셔츠를 온통 적셨다. 나는 홱 돌아서 다시 쇼핑몰 안을 달렸다.

도와줄 다른 사람을 찾았다. 혹시 그레그도 여기 있다면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얼굴이나 팔에는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화상을 입은 자국이 있었다.

곧 그레그와 내가 들어왔던 비상구를 찾았다. 문을 힘껏 열어젖히자 쇼핑몰 곳곳에 요란한 경보가 울렸지만, 무시하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벗어났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가로세로 6피트짜리 방 안에 서 있었다. 젖은 올리브색 고무로 만든 듯한 방이었고, 벽 표면에는 커다란 방울이 흘러내린 자국과 기포가 있었다. 뒤로 손을 뻗어 문을 찾았다.

처음에는 문이 잠긴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문은 벽과 하나로 붙어 버렸고, 나는 안에 갇혔다. 눈에 보이는 출구는 없었다. 방 안에는 썩은 고기 냄새와 산성 물질 같은 냄새가 진동했다.

얼핏 봤을 때는 고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벽을 자세히 보니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잉태하고 있었다. 이따금 녹아내리는 얼굴이나 손처럼 보이는 것이 벽을 뚫고 나오려 했다.

밀고 나올 때마다 얼굴은 하나같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가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는 구멍들이 나 있었고, 압력이 가해질 때마다 반투명한 노란 반죽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배수관 세정제인 드라노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것이 운동화 옆면의 천을 뚫고 스며들어 발바닥과 발목을 따갑게 쏘았다.

문이 있던 자리의 벽을 손톱으로 긁어 댔지만, 질긴 육포 같은 물질이 너덜너덜한 조각으로 뜯겨 손에 묻을 뿐이었다.

그레그와 내가 벽 안에서 발견했던 것과 똑같았다.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지만 메마른 속삭임만 새어 나왔다. 나는 무릎을 꿇고 두 팔 사이의 어둠 속에 얼굴을 묻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나를 옮기고 있는 걸까? 나는 간이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손을 뻗어 주위를 더듬어 보았다.

아니, 들것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눈을 뜨자 들것 양쪽 끝에 구급대원이 한 명씩 보였다. 두 사람이 나를 어두운 복도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구급대원 한 명이 알아차린 듯했다.

“아이가 의식을 되찾았어요.” 여자 구급대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앞쪽에 있던 다른 경찰들도 알아차린 듯 우리가 가까이 가자 손짓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그레그와 내가 처음에 있었던 주차장으로 옮겨 주기를 기다렸다. 이제 쇼핑몰 안의 냄새도 소리도 모두 정상이었다.

흐느껴 울고 싶었다.

주차장에는 어느새 차가 잔뜩 들어차 있었다. 엄마 차가 눈에 띄자 다시 덜컥 겁이 났다. 프랭키 아저씨가 부모님께 내가 간 곳을 말한 걸까?

내가 사라진 지 얼마나 된 걸까? 햇볕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오자 구급대원들은 그레그가 기다리던 자리 옆에 들것을 내려놓았다. 내가 몸을 일으켜 혼자 일어서자 구급대원들은 놀랐다.

몇몇은 놀란 얼굴로 내 몸 여기저기를 짚어 가며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멀쩡했다.

“넌 저 복도에 겨우 4미터 들어간 곳에서 쓰러졌어.” 여자 구급대원이 다시 말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지.”

“제, 제가 쓰러졌다고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저 복도 끝까지 가서 문을 열었더니, 쇼핑몰 전체가 영업 중이었어요! 안에 사람들이 있었다고요!

전부 깨끗했어요! 제가 본 건…”

구급대원이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오염됐던 것 때문에 환각을 본 모양이네.”

갑자기 부모님이 서둘러 다가왔고, 똑같이 걱정스러운 표정의 프랭키 아저씨가 뒤따랐다. 아버지가 물었다.

“방금 오염이라고 하셨습니까?”

“아직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해도 오염은 극히 미미한 수준일 겁니다.” 구급대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덥수룩한 콧수염을 기른 덩치 큰 경찰이 말했다.

나는 겁에 질려 그레그를 바라보았고, 그레그도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잠깐만요, 오염이라니요? 뭐라고요?!”

경찰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1985년쯤 이 부지에 액체 산업 폐기물 수백 리터를 버렸다고 하더군요. 폐수에, 쓰지 않은 용제에, 또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요. 그런데도 여기에 쇼핑몰을 지었죠.

주 정부에서는 정화 작업을 꽤 철저히 했다고 주장하지만…”

“하, 하지만 뭐요?” 그레그가 물었다.

“쇼핑몰 직원들이 계속 병에 걸렸어요.” 경찰이 대답했다.

“대부분 심하게 앓거나 죽었죠. 당시에는 제가 이 도시에서 근무하지 않았지만, 이 근처에서 실종된 사람도 여럿 있었다더군요. 그래도 쇼핑몰 관리 책임자들은 모든 게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죠.”

비상구 문 주변을 살피던 경찰들이 비명을 지르며 서로 손짓하기 시작했다. 다른 경찰 몇 명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갔다. 경찰 한 명이 비틀거리며 건물 옆으로 돌아와 토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경찰은 우리와 이야기하던 경찰에게 달려와 소리쳤다.

“프레스턴! 프레스턴, 정말 믿기 힘든 일이야!”

콧수염을 기른 경찰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인데?”

달려온 경찰이 멈춰 서서 헛구역질을 하며 숨을 골랐다.

“벼, 벽 안에 시체들이 들어 있어! 넣고 봉해 버린 거야!”

“뭐라고?!”

“써, 썩었어! 수십 년은 거기 있었던 게 틀림없어!”

경찰은 구역질을 참으며 무언가의 모양을 설명하려는 듯 두 손을 휘저었다.

“형체도 거의 알아볼 수 없다고!”

그레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가 본 그건…”

“그런데 계단 옆 문 아래쪽에 있던 건 뭐였을까?”

그레그가 표지판을 안으로 떨어뜨렸을 때 들렸던 그 희미하고 질척한 소리.

경찰이 홱 돌아서 나를 보았다.

“뭐가 있었다고? 무슨 문?”

여자 구급대원은 고개만 저었다.

“그 아이한테 물어봐야 소용없어요. 아직도 자기가 과거에 다녀왔다고 믿고 있거든요.”

“정말 다녀왔다고요!” 나는 모욕감에 소리쳤다.

자판기가 생각나서 배낭을 벗기 시작했다.

“거기서 물건도 샀어요! 탱탱볼을 샀다고요!”

나는 서둘러 배낭 지퍼를 열고 손을 넣어 공을 더듬어 찾았다. 하지만 손에 닿은 것 때문에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손을 뺐다. 손가락에 검고 기름지며 악취가 나는 찌꺼기가 묻어 있었다.

부모님과 프랭키 아저씨, 경찰들, 그레그가 모두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배낭 안을 들여다보았다. 챙겨 온 물품과 공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검게 변색된 채 썩어 가는 살덩이들이 너덜너덜한 커다란 조각으로 가득 들어 있었다.

원작: PenkoBell · Creepypasta Wiki · Primrose Mall

현대 커뮤니티에서 창작한 괴담을 한국어로 번역한 글입니다. 실제 사건으로 검증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문 읽기

한국어 번역·편집: K-Reaction. 원문과 이 한국어 번역·편집본 및 삽화는 CC BY-SA 4.0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번역, 문단 나누기, 삽화 추가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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