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EACTION · WORLD REACTIONS

세계의 기묘한 이야기

세계 곳곳의 무섭고 기묘한 이야기. 잠들기 전, 한 편 더.

[일본] 빨간 구두

91::2006/06/29(木) 00:45:10 ID:CyefJgY60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얘기야.

당시 나는 친한 애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었어.

친한 애들은 나, 내 절친 K와 T, R(둘 다 여자) 이렇게 4명을 말해.

우리 4명은 초2~3 연속으로 같은 반이었고

자리도 몇 번 가까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해졌어.

초4 때 K, T와는 다른 반이 됐지만 그래도 방과 후에 다 같이 복도에서 모여서 놀았어.

그러던 어느 여름 더운 날, 평소처럼 방과 후 복도에 모여서 오늘은 뭘 하고 놀지 얘기를 했어.

그러자 K가 창 너머를 가리켰어.

[저 높은 아파트 가보지 않을래? 아직 가본 적 없지?]

그 아파트는 15층 건물인데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였어.

당시 이 주변 아파트는 주민들 말고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우리는 근처에 있는 여러 아파트를 구경하러 다녔어.

그런데 그 높은 아파트는 좀 멀었고

거기 사는 친구도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가까이 가기 어려웠어.

그러자 R이 거기는 안 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어.

K가 기세 좋게 이유를 물었어.

[나도 잘 모르지만…부모님이 거기 가면 안 된다고 했어.]

나는 왜 안 되는지가 궁금했어.

[뭐야, 가보자! 궁금하게.]

그래서 다 같이 가자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어.

그러자 R은 자긴 됐다고, 미안하다면서 먼저 집에 가버렸어.

T는 R이 집에 간 걸 좀 신경 쓰고 있어서 가고 싶다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결국 K랑 나 둘이서만 가기로 했어.

그 아파트까지는 3km 정도 걸렸어.

거리가 좀 멀어서 도착했을 즘에는 다리가 약간 피곤했어.

이 날은 비가 그친 맑은 날씨여서 주변에는 아스팔트와 빗물이 섞인 이상한 냄새가 났어.

평소에 아파트 탐험을 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안 쓰고

계단으로 맨 위층까지 갔다가 내려올 때도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이 날은 지쳐서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로 가고 내려올 때는 계단을 쓰면서 탐험하기로 했어.

그런데 가기 전에 K가 힘드니까 쉬자고 하길래

엘리베이터 홀에 있는 벤치에서 잠깐 쉬기로 했어.

10분 정도 학교 이야기 등을 하며 수다를 떨고 있자

2개 있는 엘리베이터 중 하나가 1층으로 내려왔어.

우리 바로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열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

뭐지? 하고 내가 안을 들여다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새빨간 여자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는 그 빨간 구두를 보여주려고 K한테 갔는데

둘이서 다시 엘리베이터로 왔을 때는 그 빨간 구두는 이미 거기에 없었어.

[어…아까는 있었는데.]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둘이서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갔어.

이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층은 1, 3, 5, 8, 11, 14였고

그 층 말고 다른 층에 갈 때는 가까운 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가야 된대.

[어, 14층밖에 없는 건가?]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K가 그렇게 가르쳐 줬고 우리는 14층 버튼을 누른 후 도착하기를 기다렸어.

5층을 지나칠 때였는데 잠깐이었지만 엘리베이터 너머로 아까 봤던 그 빨간 구두가 놓여 있는 게 보였어.

[어! 아까 그….]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는 이미 5층을 완전히 지나친 뒤였어.

[왜?]

[아까 1층에서 봤던 빨간 구두가 5층에 있었어!]

하지만 K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눈치였어.

안 믿는다기보다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었어.

나는 어쩐지 그게 마음에 걸려서 8층 버튼을 눌렀어.

5층 엘리베이터 홀로 내려가서 확인하려고 한 거야.

[먼저 위에 올라가서 기다려.]

나는 K한테 그렇게 말하고 8층에서 내렸어.

8층 엘리베이터 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거기서 7층, 6층…이렇게 계단을 내려갔어.

그리고 5층에 도착했어.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그 빨간 구두는 없었어.

아까 그건 뭐였던 거지…이런 생각을 하며 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눌렀어.

다른쪽 엘리베이터에는 [14]가 표시되어 있길래

K가 벌써 도착한 것 같아 나도 빨리 가려고 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으악!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어.

그 새빨간 구두가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거야.

전체적으로 기묘하게 번들거리며 붉게 빛났어.

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는 어쩐지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가 무서워졌어.

하지만 위에서는 K가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할 수 없이 계단으로 15층까지 뛰어서 올라가기로 했어.

왠지 모르게 초조했어.

빨리 K와 만나고 싶다는 묘한 고독감이 엄습했어.

그리고 15층에 도착했어.

…하지만 15층 어디를 찾아봐도 K는 없었어.

혹시 내가 너무 늦는 바람에 화가 나서 먼저 내려간 걸까.

나는 외로워져서 K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어.

[K~! 어디 있어~!]

아파트 안에 내 목소리가 메아리쳤어.

근처에 있다면 분명 들릴 거야.

…하지만 대답이 없어.

더 아래층에 있는 건가.

아니면 내 목소리가 들렸으면서 무시하고 있는 건가.

내 정신 상태는 점점 이상해져갔어.

꺼림칙한 광경을 계속해서 본 공포,

그걸 K한테 말하지 못하고 혼자 헤매고 있는 고독.

나는 한시라도 빨리 K를 만나고 싶었고 이 아파트에서 빠져나가고 싶었어.

그래서 엘리베이터로 15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서 아파트 밖에서 K를 기다리기로 했어.

14층으로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탔어.

이번에는 빨간 구두가 없어서 안심했어.

그리고 1층 버튼을 누르고 빨리 도착하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기다렸어.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았어.

눈을 감은 채로 거울과 엘리베이터 너머를 보지 않도록 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멈췄어.

문이 열렸지만 나는 무서워서 고개를 들지 않았어.

그러자 어른 남자 목소리가 들렸어.

[아이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초등학생인 것 같습니다.]

[어…?]

고개를 들어보니 경찰 2명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어.

1명은 무선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고 다른 1명이 나한테 말을 걸었어.

[왜 그러니?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나는 무슨 일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안심이 돼서 있는 힘껏 그 경찰을 껴안고 엉엉 울었어.

경찰은 그 자리에서 나한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어.

그래서 K도 같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경찰의 안색이 단번에 창백해졌어.

나중에 K가 15층에서 뛰어내려 즉사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경찰은 주민에게 신고를 받고 온 거였어.

왜 뛰어내렸는지는 알 수 없어.

CCTV에는 나랑 K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경찰한테 여러모로 심문 같은 걸 받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사고로 처리됐어.

하지만 나는 분명 봤어.

기묘하게 놓여있던 빨간 구두를 3번이나.

이미 상당히 옛날 얘기여서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센다이 뉴스를 보고 이 얘기가 생각나고 말았어.

그 뉴스도 그렇고 이 사건도 그렇고, 정말 그냥 사고인 걸까.

출처·한국어 번역: 로어쟁이 · 사야님 블로그

원문 게시글: [2ch 괴담] 빨간 구두

출처에 표시된 이용 조건: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야기 본문은 그대로 옮겼으며, 이야기 밖에 별도로 붙은 블로거 후기는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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